Das Keyboard (다스 키보드) 영입 및 청소

PS/2의 종말

메인보드를 ASUS P9X79로 바꾸게 되면서 이제는 PS/2 키보드를 쓸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훌륭했던 키보드인 삼성전기 SDM-4800

이 녀석은 기계식 키보드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시장을 휩쓸기 전 멤브레인 천국이었던 시절, 부드럽고 조용한 타자감과 정말로 유용한 멀티미디어키들 및 프로그래밍 가능한 3개의 단축키들을 갖추고도 단돈 9천원이라는 충격적인 가성비를 자랑했던 엄청난 키보드였습니다. 게다가 만 10년의 사용시간동안 단 한번도 고장이나 말썽을 낸 적이 없네요.

특히 미디어 플레이어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키와 볼륨조절, 음소거, 그리고 한방에 절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절전 단축키가 최고로 유용하게 사용된 키들이었습니다. 배치도 적절해서 타자 중 실수로 건들거나 할 일도 없었지요.

어디 높낮이 조절장치 같은 부분 하나 부러지거나 손상된 것도 없습니다.

가히 멤브레인 키보드들의 가성비 대마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변환젠더를 사서 계속 쓸 수는 있는데(...) 멤브레인 키보드를 10년이나 썼으니 이제 또 다른 10년을 위해 바꿀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새 키보드를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후보 1. 로지텍 K800

옛날부터 쓰고 싶었던 키보드였습니다. 무선이면서 백라이트도 내장하고 있는 간결한 키보드인데 출시된지 시간이 많이 흘러 새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로지텍만의 미묘한 키사이즈 및 배치 차이로 오타가 많이 난다는 글을 보니 주저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중고시장에 미국에서 직수입된 신품들이 들어오기는 하는데 너무 비싸더군요...

후보 2. ABKO HACKER K610

사실 이런 브랜드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냥 기계식을 저렴하게 쓰고 싶어 검색해보다가 찾게 됐습니다.

뭔가 기능도 풍부하고 다 좋은데 디자인이 제 취향이 아니고 무엇보다 오테뮤라는 브랜드의 스위치를 쓰는게 좀 꺼려지더군요.

검색해봐도 공식 홈페이지조차 없는 브랜드인데 외국포럼을 보니 Cherry MX의 카피라고 합니다.

하여간 영 정이 가질 않아 탈락.

후보 3. Das Keyboard Model S

미국의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창업자 스스로가 키보드 덕후였는데 타자 실력과 정확도를 늘리기 위해 키캡의 모든 인쇄를 지워버린 키보드를 직접 제작해서 쓰다가 친구들이 다 갖고 싶어해서 회사를 차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무각'이라고 부르죠?

2008년 이후에는 일반인들을 위해 키캡에 인쇄를 집어넣은 모델도 발매합니다. 모델명 뒤에 Professional이 붙은 것은 키캡 인쇄가 있고 Ultimate이 붙은 것들은 인쇄가 없습니다

고전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에 만듦새가 튼튼하고 좋아보입니다. 이름도 자신감이 넘치죠? Das Keyboard (The Keyboard). 체리 청축과 갈축 두가지로 나오는데 갈축이 갖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가격. 미국에서도 신품으로 140달러에 육박하는 키보드입니다.

멀티미디어 컨트롤도 달린 Das Keyboard 4도 있는데 얘는 너무 고가여서 일단 탈락!

운명처럼 찾아온 Das Keyboard

하여간 어느 날 또 평화롭게 가성비라이프를 위해 중고나라를 검색 중에 갑자기 동네 주민이 판매하려고 내놓은 Das Keyboard 갈축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건 운명이야...' 라고 생각하고 바로 거래에 나서 새제품 대비 정말 저렴한 가격에 가져왔습니다.

제품 자체는 큰 흠 없이 괜찮은데 청소상태가 너무나도 불량하네요.

기계식 키보드는 키캡이 쉽게 분리되기 때문에 다 떼어내버리고 약 1시간 30분을 청소에 할애합니다. 완전 새것처럼 키캡들을 모조리 퐁퐁에 담가서 깨끗하게 청소하고 물티슈와 면봉을 동원해 본체도 청소!

먼지 천국

체리 갈색 스위치 주변으로 쌓인 먼지들

청소 후 깨끗해진 모습

은은하게 아크릴 아래에서 점등되는 넘버락 상태 LED가 고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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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현대적이지 않고 고전적인 인쇄

소리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조만간 타자 영상을 올리겠습니다.